뒤샹

2010. 3. 9. 04:28 from 마이 페이보릿/두개의 달


뒤샹을 숭배하는사람들은 뒤샹의 신비스러운 겸손함 때문에
오히려 그에게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느끼곤 한다
그는 추앙을 받으면서도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며,
자기 방어적인 면도 없고, 정중하며, 속임수에 전혀 오염되지 않았고, 일종의 호기심마저 불러일으킨다 프랑스적인 세련됨을 갖춘 뒤샹은 수준과 상관없이 어떠한 대화도 나눌 수 있으며,
어떤 대화 내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예술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음을 밝히고 오히려 자기 자신으로부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인생에 대한 유감없음이 아마 뒤샹을 충분히 신비로운 사람으로 비추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뒤샹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예술작품을 제작한 적은 별로 없다
그는 예술과 일상과의 경계를 허물려는 의도 없이도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손쉽게 허물어버렸다
이를테면 뒤샹이 자전거 바퀴를 둥근 의자 위에 거꾸로 설치했을 때에도 그저 단순한 오락으로 생각했다 그는 그것을 만들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전시할 의도도,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
뒤샹은 미술사에서 피카소와 더불어서 가장 도전적이며 모험적인 예술가로 손꼽힌다
그는 작품활동을 별로 하지 않으면서도 현대미술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주 기이한 예술가였다
이렇다면 아마 뒤샹은 흔히들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같이 뭔가가 운명적인 미친 예술가이거나 한눈에 딱 예술가라고 알아볼만큼의 예술적인 화가의 모습을 하고있다거나
당대가 알아주지 못해 아주 가난하거나 혹은 당대의 찬사를 받아 매우 부자이거나 으례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예술가라면 예술가 특유의 그런 생활이나 편력같은 것이 있을 법도 한데,
뒤샹은 일반인처럼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예술가치고는 또 한편으로는 독특한 삶을 살았다
불어 교습으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며 체스를 무척이나 즐겼던 뒤샹 뒤샹은 자신을 반쯤 신으로 착각하는 예술가의 권위의식이나 특권의식을 경멸했다
그는 레디메이드를 예술로 둔갑시켜, 미술계에 회화이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실험적인 예술가이지만, 평생을 거의 은둔하다시피 하면서 체스를 두는 일로 보냈다
그는 그의 말 그대로, '그저 체스를 두는 예술가' 뿐이였다

<출처  http://yuridol.egloos.com/379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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